[11주차-A] 마을 만들기를 통해 보는 사회 분위기 변화와 마을기업의 이해

한국예술종합학교
2012. 11. 12

발표자 : 유창복 (성미산마을극장, (사)마을 대표)

성미산 마을극장을 운영하고 있는 유창복 선생님을 모시고 마을 만들기 운동을 통해 사회 분위기란 어떻게 변화해가는 것인지에 대한 체험적 지식을 전달하는 특강을 마련하였습니다.

 

1. 마을 일을 직업으로 갖게 된 계기는?

성미산 마을 주민 되신 지 16년. 집을 소유하신 건 아니지만 동네에서 오래 살고 슬금슬금 마을일 하다보니 재미있어서 원래 다른 직업 있었는데 동네 일이 직업이 되었다. 외국 사례 잘 모르고 중요한 것 같지 않고 나는 내 마을만 잘 알고 있다.(웃음) 사단법인 마을의 센터장 된 지는 이제 두 달 되었다.

 

2. 마을 만들기가 왜 유행일까?

1) 농촌마을로 회귀하자는 것이 아니다.

마을하면 농촌 마을 많이 떠올리시는데, 도시의 마을 만들기가 과거로 돌아가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과거 농촌에 마을 만들기면 브루나이 운동같은 건데, 농촌 브나르도 청년회의 연령이 현재 육십오세다. 이미 농촌은 붕괴되었는지도 모른다. FTA 영향으로 더욱 붕괴 가속. 농촌 마을은 내가 선택한 마을이 아니라서 현실성도 없고 갑갑하다. 많은 분들이 마을 만들기를 농촌 마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낭만주의라 비판하지만, 그런 건 아니다.

 

2) 고립된 현대인, 지구촌 시대의 마을 만들기

요새 어른 뿐 아니라 시간이 없어 애들끼리도 안 싸우고, 사람들이 서로 부딪칠 없이 혼자 고립되어서 살게 된다. 가족도 많이 붕괴되었다. 한국이 IMF때 나라가 결단 안 난 이유는 한국 가족이 모든 걸 다 끌어안았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가족이 빚지고 찢어지면서 가족이 결단 났다고들 한다. 그래서 가족이 더 이상 안전망이 아닌 시대이다.

 

3. 마을 만들기의 대표사례들 소개

① 성미산 공동육아 모임

16년 전(1994), 마을 맞벌이 부부 20여 가구가 뭉쳐서 마이너스 통장 긁어서 삼백만원 출자하는 식으로 시작된 모임이다. 협동조합을 만들고 출자금을 모아 어린이집을 직접 설립했다. 삼백만원을 출자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애가 크면 돈을 돌려주기 때문에 이자 없는 적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 공동육아에서 12년제 학교까지

공동육아로 자란 애들이 반말 문화로 교육하고 놀리니까 학교를 가더니 문화 충돌이 났다. 애들이 버르장머리 없고 공부도 못 하고 부모가 운동권이라는 둥…그래서 공동육아 했던 부모들이 방과 후 학교를 또 만들었다.

 

2004년에는 초등학교 만들자니까 마을 사람들이 내 아이는 초등 사학년이니까 중학교 없음 안 한다 이런 식이었다, 그래서 중학교도 만들어졌다. 결국, 놀이 속에서 구성적 학습을 하는 12년제 학교인 ‘성미산학교’를 만들게 된 것이다.

 

놀이를 통한 구성적 학습이란, 이를 테면 이런 건데 – 요즘 애들은 동네형이 없고 그래서 롤모델이 없어 부모와 거리두기가 안 된다. 그래서 택견 선생, 춤 선생 불러서 교육하고 그거 하다 보니 엄마들도 춤추게 되었다. 아이 학습에 대한 고민이 자연스럽게 부모들의 학습으로 이어졌고 2002년 ‘우리마을 꿈터’라는 공동학습공간을 마련했다.

 

▪ 교육철학

일단 12년제 학교를 만들어 놓고 보니 교육 철학이 필요한 거 같아서 교육 과정의 철학을 찾아 다니는 식으로 했다. ‘우리 어린이집’이 생긴 이후 살던 곳에서 과감히 어린이집 터전 주변으로 이사 왔는데 거의 집단이주라고 볼 수 있었다. 이러한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마을 문제를 공동으로 해결해 나가게 된 것이다. 살기 바쁜데 마을 일을 뭐 착한 일 하겠다고 한 게 아니라, 생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이 계속 벌어진 거고, 이런 게 다 마을 기업으로 연결된 것이다.

 

② 마을 생협

공동육아조합을 기반으로 2001년 생활협동조합을 만들었다. 67가구 출자해서 시작했는데, 지금은 연매출 55억 조합원 5,500가구에 이른다. 다양한 지역 활동의 중심. 지역 주민들의 각종 동아리활동(산악회, 농사모임, 각종 부모 공부모임, 합창반, 민요 배우기 모임 등) 결성과 운영 지원, 매년 열리는 성미산 마을 축제, 숲속 음악회, 마을 운동회, 그 밖에 마을이 공동대처해야하는 조직적인 일들. ‘성미산 살리기’와 같은 지역 환경 지킴 운동도 진행했다.(2001년 7월~2003년 10월).

 

단, 잉여 발생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잉여가 남아서 축적되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한다.

 

③ 마을기업 ‘동네 부엌’, ‘작은 나무’, ‘한땀두레’, ‘소행주’

‘동네부엌’을 시작으로 매년 한 두 개의 마을기업이 창업되었다. 주민들이 십시일반 출자하여 재물을 모으고 품앗이로 일을 나누어 협동한다.

 

▪ 동네부엌 이야기

유기농 재료를 팔면 뭐하나, 맞벌이 부부는 반찬 만들 시간도 부족하다. 달래 사서 언제 다듬을까, 뭐 이런 고민들이 오고 가다가 한 엄마가 한 군데서 유기농 반찬을 만들어서 나눠먹자고 한다. 순식간에 반응이 왔다. 그 중 회사 너무 힘들게 다니던 분이 이 참에 내가 마을을 위해 반찬 만들겠다고 하여 셋이서 시작하게 된다. 한 달 만에 회원이 60가구가 되었다. 그런데, 깃발 드신 분이 집 안이 반찬가게가 되어서 살림이 안 되었다. 그래서 마을에서 출자해서 가게를 만들었다. 여섯 분이 500씩 4,500으로 시작하여 ‘동네 부엌’을 만든 것이다. ‘동네 부엌’은 마을 가사 노동을 담당하는 100% 친환경 유기농 마을 기업이 되어 지금까지 잘 운영되고 있다.

 

▪ 작은 나무 이야기

아토피 아이의 부모들은 여름이면 아이스크림과 전쟁을 한다. 어떤 엄마가 이 때문에 아토피에 좋은 아이스크림을 직접 만들어 먹여야겠다며 실험적으로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본다. 그런데 아이스크림이 너무 맛있었다. 아토피 아이에게만 먹일 게 아니라 좋은 거니까 모든 아이들에게 먹이면 좋겠다고 한다. 그래서 6만원씩 출자하여 30만 원짜리 아이스크림 기계를 주문하였는데, 잘 모르고 주문하여 영업용 기계가 왔다. 이참에 카페를 차리자고 5명의 엄마들이 계 뽀개고, 마이너스 통장 쓰고, 적금 깨서 1,000만원씩 출자하여 마을의 사랑방 ‘작은 나무’를 개업하게 된다.

 

▪ 한땀두레 이야기

‘한땀두레’는 반느질 소모임에서 시작해서 친환경 면생리대, 이불보, 한복 등을 생산하는 마을 기업으로 성장했는데, 대량 생산이 어려운 물품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생협에 납품할 정도로 성장을 하였다. 대량 생산이 가능했던 건 주문 왔을 때 마을 사람들 다 불러서 집중적으로 생산하는 시스템이 있었기 때문이다.

 

▪ 소행주(소통이 있어 행복한 주택)

최근 설립된 마을 기업으로 코하우징(co-housing)개념의 공동주택을 개발해서 주민들에게 분양하는 주택개발시행사이다. 건축가가 가족들을 직접 만나서 맞춤형으로 설계해서 집을 짓는데 현재 3호까지 지어졌다. 여러 가족들은 함께 비용을 모아 땅을 사고, 집을 짓고, 아이도 함께 돌본다. 1호 주택은 아홉 집이 참여하였다. 집을 짓기까지 2년 정도가 걸리는데 3호부터는 건축가가 함께 땅도 보러 다닌다고 한다. 코하우징은 공동 공간이 있어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교류할 수 있도록 한다. 공동공간은 몇 차례 모임을 통해 정해지는데, 대형튜브를 마련한 옥상수영장, 옥상정원, 공동밥상, 공동창고, 공용 대형세탁실이 실제로 만들어졌거나 아이디어로 논의되었다.

 

입주자들은 한 달에 한 번 회의도 하고, 집 안 팎의 일들도 나눠 맡고, 공동공간의 공과금도 분담해서 낸다. 함께 살다보면 초등학생들 만족도가 제일 높고, 고등학생 만족도가 제일 떨어진다. 남편들은 처음에는 시큰둥했지만 점차 함께 퇴근 후 술 한 잔 기울이는 것이 낙이 되고 있다고.

 

▪ 마을 왕언니들의 힘

이렇게 한 개 두 개씩 만들어진 마을 기업이 이제 20여 개에 이른다. 성미산에서 일어난 사례들을 보면 왕언니 엄마들이 진짜 활동가이다. 전문적인 시민활동가들이 주인공이 아니다. 필요가 있고, 공감과 소통 능력이 있는 엄마들이 진짜 마을의 중심이다.

 

4.마을기업의 운영 비용과 수익성

① 나랏돈은 약일까, 독일까? – 당사자주의 보충성의 원리

나랏돈은 약 같은 것이다. 약은 독이지만 증세에 딱 맞으면 약이 되는 거고, 아니면 그저 독일 뿐이다. 마을 축제는 10년 동안 1년에 한 번씩 30가구가 10만원씩 출자해, 삼백만원으로 진행해왔는데 그 돈을 인쇄비로 썼다. 그러다 갑자기 3,000만원 지원 받아 하게 되었는데 다음 해에 사람들이 지원비 없이 축제 어떻게 하지? 이런 말이 나와 깜짝 놀랐다. 마을은 마을 주민이 주도하는 것이고 관은 후방지원만 하는 것이 맞다. 마지막에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화룡점정 생색내는 일을 하는 것 ㅡ 이것이 당사자주의 보충성의 원리.

 

② 사회적 기업의 수익성과 고용은 중요한 평가지표?

사회적 기업은 꼭 필요한 공공서비스인데 시장에 맡겨두면 안 되는 서비스를 하는 것이다. 유치원에서 모르는 할아버지 무르팍에 앉아있는 자기 딸을 본 어떤 엄마. 그 할아버지는 은퇴자로 마을 어린이집에 파견된 분으로 전래동화 해설사 훈련을 받은 분이었다. 엄마에게는 낯선 분으로 아무래도 쉽사리 환영하기는 어려웠다. 반면, 손녀가 다니는 유치원에 방문한 할아버지에게는 손녀뿐 아니라 유치원의 모든 아이들이 좋아하며 자연스럽게 따라다닌다.

 

왜 이런 일이? 돌봄 노동은 익명의 노동력을 상품처럼 사고 팔 수 없고 어떤 관계의 누가 하느냐가 진짜 중요하다. 성미산은 마을 고용으로 150명 뽑는데, 동네 사람이 모집하고 동네 사람이 면접오고 키득거리며 면접에서 사는 얘기 하고 일 조금 못해도 이웃 사람이라서 못 자른다,

 

일반기업의 생존률이 10퍼센트 밖에 안 된다고 하고, 보통 삼년은 해야 BEP(손익분기점)을 채운다고 하는데, 사회적 기업은 어떨까? 창업이 능사가 아니다. 사회적 기업도 생각해 봐야 한다. 고용과 노동의 개념을 바꿔야 한다.

 

복지가 ‘밑 빠진 독’이 되어서는 안되지만, 현실에서는 수익성을 강조하여 평가하면 부작용이 발생한다. 본말이 뒤집혀서 일반 기업처럼 물질적이고 단기적인 수익에 집착하면서 사회적기업의 본래 취지와 미션이 뒤로 밀리게 되는 것이다.

 

성미산의 마을 기업들은 거의 ‘손익 zero’이고, 그 상태를 목표로 한다. 두레생협은 연매출이 50억인데, 역시 zero 손익이다. 영업 수익이 나와도 마을의 다양한 공익적 활동에 사용하다 보니 잉여분이 남을 틈이 없는 것이다. 신규 마을기업에 출자하거나, 마을축제에 기부하거나, 교육활동에 자원이 투입되기 때문이다.

 

5) 협동조합 마을기업의 운영 원리

① 출자 ㅡ 자원조달의 전통, 십시일반, 모두가 주인

주식회사가 자본주의를 살렸다고 한다. 조합도 같은 원리. 십시일반해서 큰 덩어리의 자본을 모을 수 있었다 함. 차이점은 주식회사는 독과점 가능하지만 조합은 불가능하다. 또한, 모든 의사 결정은 출자자 총회에서 결정하기 때문에 출자하면 모두 의사결정이 참여할 권리가 있다.

 

② 운영자 ㅡ 총회에서 선출

마을의 위험한 일이 cctv로 해결되나? 여성과 아이들이 특히 위험한데. 요즘은 이걸 안전을 강화해서 해결하려고 하는데, 그러면 집 구석, 방 안에서 나오면 안 된다. 애하고 엄마하고 맨날 붙어 있다고 안전한 게 아니고 싸움만 난다.

 

다른 해결 방식은? 관계다. 주변 어른들의 시선이 필요하다. 30~40 년 전엔 아파트 지하실에서 장례식 치렀다. 별로 오래되지 않은 과거에 관계 중심의 마을이 있었다. 요즘은 없다.

마을에서는 복지 안 되는 외부 임시직 일 하면서 육아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엄마들이 주로 일하기를 원한다. 월급이 좀 적어져도 일자리에 지속성이 있고 육아를 안심하고 병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③ 이용 ㅡ 단골. 호혜적 기업

수익성이 아니라 관계로 유지되는 사업이 마을기업이다. 3년 동안 적자 나도 마을 카페를 운영했다. 온 동네 사람들이 모여들고 아토피 애들 위해 시작한 거라서 닫을 수 없었다.

 

마을기업에서는 변덕스런 주인 되기가 좀 필요할 수 있다. (인천공항과 유럽 빵집주인 이야기)

1-3년 수평적으로 잘 운영됨에도 운영이 물이 오르면 책임 맡고 운영하던 착한 사람들이 ‘나 때문에 잘 안 되는 거 같애’, ‘우리 전문성이 없는 거 같애’ 이러면서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마을 기업의 미션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퍼실리테이터 만나고 전문적 지원에 의존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전문적인 사람들 만나봤자 들을 땐 좋지만 문제가 뭐가 해결됐지? 이러면서 찝찝한 기분이 든다. 왜냐하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급격히 소비자 권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패러다임으로 전환되면서 일반 기업처럼 전문성을 추구하려다가 마을기업이 위기에 처하면 다시 운영자에게 변화가 생기게 된다. 전문경영자가 아닌, 주인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집에 있는 거 가져다 해결하려고 하고 마을 사람들이랑 다시 의논을 시작하고, 출자도 하고 등등 생활 경제로 돌아오게 된다.

 

마을기업 잘 되려면 주인을 계속 불러내는 게 중요하다. 걱정을 나누는 것. 걱정을 나누면서 협동으로 문제 해결하면서 내가 쓸모 있음을 느끼고 관계에 대한 만족도, 의사소통 만족도가 생기게 된다.

 

다년간 관찰해 보니, 남자들은 너무 책임지려고 해서 망한다. 소통 안 하고, 혼자 책임지겠다고 하거나 전문적 분업화해서 해결하려는 식으로 대단하게 생각하고, 회의 후에도 서로 자기 방향이 맞다고 동상이몽 해서 위기가 대응이 되지 않는다. 성미산에도 남자들끼리 5년 하다 망한 가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