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문화예술교육 CoP] 10. 게임기업과 음악가와의 협업 및 발전방향 모색

 

[그림 1] (왼쪽부터) 전수환 교수, 이종원 대표, 한상원 기타리스트

 

1. 게임음악의 흐름

흔히 영화를 ‘종합 예술’이라고 부른다. 영화 안에는 시나리오, 연출, 연기, 미장센, 영상, 음악 등의 다양한 예술 장르가 혼합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음악의 경우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한층 더 고조시켜 주는 역할을 해주면서 영화와 함께 영화 음악도 각광받기 시작하였다.

 

최근, 게임도 ‘종합 예술’로 바라보는 시각이 많아졌다. 탄탄한 스토리, 연출, 그래픽 디자인 등 영화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장르의 예술이 혼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게임 음악 역시 하나의 예술 장르로 인정받고 있는데, 이런 움직임은 게임 산업이 일찌감치 발전했던 일본과 미국에서는 이미 존재하였다.

 

이전에도 다양한 게임음악들이 존재했었는데, 1996년 KOEI의 삼국지 5의 게임 음악 OST가 게임과 별도로 발매되면서 큰 관심을 끌었다. 그 중에서도 첫 번째 트랙인 ‘용천 (光芒の竜)’은 게임 유저들뿐만 아니라 음악계에서도 예술성을 인정받았다. 이후 일본의 애니메이션 음악 작곡가 ‘칸노 요코’가 삼국지 시리즈를 비롯하여 라그나로크 등 다양한 게임 음악에 직접적으로 참여하게 되면서 음악가와 게임간의 교류가 잦아지게 되었다.

[그림 2] 파이널 판타지 디스턴트 월드 콘서트

 

이후 일본의 게임음악 작곡가 우에마츠 노부오가 게임 <파이널 판타지 8>의 테마곡으로 만든 「Eyes On Me」의 싱글앨범이 40만장이라는 놀라운 판매를 기록했고, 1999년 제14회 일본 골드 디스크 대상으로 “올해의 음악”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이는 게임음악으로서는 처음있는 일이었다. 파이널 판타지 게임음악의 성공은 고스란히 공연으로 이어졌다. 파이널 판타지 음악을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편곡하여 기획한 ‘디스턴트 월드(파이널 판타지 오케스트라 월드 투어)’는 2007년 스웨덴 스톡홀름을 시작으로 전 세계 20여 개국에서 실연되었고, 게임 음악이 하나의 공연예술로 한 단계 더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림 3] 리니지 II 더 콘서트

 

이렇게 음악이 게임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함과 동시에 음악 자체로서의 예술성을 인정받게 되면서 국내 게임 산업에서도 이와 같은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리니지의 경우 리니지II의 5번째 대규모 업데이트인 ‘크로니클5: 피로 맺은 결의(이하 크로니클5)’의 공개를 앞두고, 2006년 5월 30일 ‘음악으로 맺은 감동, 리니지II 더 콘서트’를 개최하였다. 40인조 오케스트라 ‘모스틀리 필하모닉(지휘 박상현)’의 연주로 이루어진 음악회는 크로니클5의 OST(Original Sound Track)와 플레이 동영상이 함께 어우러진 영상콘서트로서 게임적인 특색을 다양한 형태의 문화 체험의 장으로 발전시켰다는 데에서 의미있는 공연이 되었다. 이어 2011년 국내 게임업체 웹젠의 RPG게임인 ‘C9’의 일본 서비스에 앞서 언급한 일본 게임음악계의 거장 ‘칸노 요코’가 참여하면서 국내에서도 게임 음악의 예술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2. 국내외 게임음악사례

포탈(Portal)은 벨브사에서 하프라이프 2에 이어 내놓은 FPS형 게임이다. 포탈의 게임 음악 중 Still alive는 동요처럼 따라부르기 쉬우면서도 멜로디에 독창성이 묻어나는 구성력이 뛰어난 음악이다. SF적 요소가 가미된 FPS게임의 특성상 게임 음악이 매우 차가운 느낌으로 연출되곤 하는데, 포탈의 음악은 매우 코믹하면서 인간적이다. Jonathan Coulton이 작곡하였고, Ellen McLain이란 오페라 가수가 노래하였다. 인공지능 컴퓨터 글라도스의 목소리를 연기하기 위해 컴퓨터로 목소리를 변조한 것이 특징이다.

 

그날이 오면 3은 1993년 국내 미리내 소프트웨어에서 개발한 횡스크롤 슈팅게임으로 세련된 비주얼과 독창적인 구성으로 유저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도스 환경의 저용량 게임에서 구현할 수 있는 최고의 음악을 선보였을 뿐 아니라 타이틀, 게임 진행, 캐릭터 선택, 엔딩에 모두 다른 음악이 들어가 있었다. 음악 작곡가는 문득기이다.

 

헐리웃 블록버스터 영화 OST와 게임 OST는 차이가 없다고 할 만한 게임 음악이 등장했다. Call of duty: Modern Warfare2 편이다. 본 게임 음악의 작곡가가 바로 한스 짐머(Hans Zimmer)이기 때문이다. 한스 짐머는 영화 더 록, 글레디에이터 등 영화음악계의 거물로 게임음악을 맡아 세간을 놀라게 하였다.

 

워크래프트는 90년대 중반 실시간 전략시물레이션으로 돌풍을 이끈 게임이다. 워크래프트 OST 작곡가는 블리자드의 메인 작곡가 Glenn Stattford로, 블리자드의 거의 모든 작품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해온 중요한 인물로 중세풍의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 능하다. 장엄한 오케스트라 사운드와 멜로디 리듬이 매우 탁월하다.

 

3. 게임과 음악의 발전방향 모색

파이널 판타지, 리니지 등의 게임음악이 주로 오케스트라 형식의 음악 구성으로 이루어져 제작된 반면 KOG의 격투 RPG 게임 ‘파이터스 클럽’은 록 음악과의 연계를 모색하고 있다. 록이라는 음악장르는 격투라는 역동성과 액션성을 보다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파이터스 클럽의 OST에 참여한 국내 록 밴드는 ‘스키조’, ‘디아블로’, ‘피아’ 등 국내 최정상 실력파 밴드들이다.

[그림 4] KOG 파이터스 클럽

 

하지만 이는 게임 제작단계에서부터 뮤지션이 참여한 형태가 아닌 홍보용 OST에 불과하기 때문에 보다 본질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파이널 판타지나 삼국지 등 일본의 명작 게임의 경우 제작단계에 음악가가 직접 참여하여 게임의 스토리를 보다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게임 음악가를 아티스트로서 인정하고 존중해주는 게임 회사의 마인드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완성된 음악이 단순히 게임의 배경음악으로서 사용되지 않고 독립적인 작품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음반 기획과 마찬가지로 세밀한 기획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