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수환 교수: 사업을 진행하기에 앞서서 그 팀과 조직의 이슈를 이해하고, 진행해볼 프로그램을 어떻게 잘 녹아들게 할까, 하는 고민의 과정이 있었어야 했는데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어떤 프로그램들은 그저 연기수업 같은 부분들도 있었구요.
인컴브로더 과장: 예 그런 부분들이 좀 있었죠. 피드백을 바탕으로 다시 수업을 준비하기도 했는데요, 후반부에 공통적 결론이 기업에 적용했을 때 기업에 딱 맞춰진 프로그램이 절실하다는 것이었어요. 대상의 세분화도 필요했고요. 왜냐하면 확실히 직급 높고 낮음에 따라 프레젠테이션을 대하는 태도 자체가 달랐거든요. 그것 때문에 프로그램 내용을 받아들이는 태도에도 차이가 있었습니다.
[그림 1] 프리젠테이션 씨어터 교육과정 모습
전수환 교수: 구체적으로 직급에 따라 어떤 차이가 있었나요?
인컴브로더 과장: 입사한지 얼마 안 된 가령 1년 이하의 신입사원 같은 경우에는 프레젠테이션을 해본 경험이 적다보니까 피치에 대한 막연한 환상, 두려움, 기대감이 있어서 이런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실질적 도움을 받고 싶다는 마음이 컸어요. 굉장히 열정적으로 참여하셨고요. 직급이 좀 높으신 분들은 본인이 경험했던 피치 트레이닝과 하고는 다르니까 이것이 실질적인 방법이 아니라고 느끼셨던것 같아요. 뭔가 새롭고 크리에이티브하긴 하지만 실질적으로 어떤 도움이 될 지는 미지수인 것 같다고 하셨어요.
인컴브로더 대표: 예술적인 것과 피치가 결합될 때 연극적인 부분에서도 뭔가 그 피치나 기업에 대해서 특화되어있는 부분이 있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피치라는 게 그냥 앞에서 말하는 게 전부가 아니니까, 연기적인 부분을 활용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조금 더 디테일하게 연극의 어떤 요소들이 활용될 수 있을지를 고민했어야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전수환 교수: 기존에 사내에서 프레젠테이션 스킬 향상을 위한 트레이닝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나요?
인컴브로더 대표: 일단 소규모로 한 자리수의 멤버가 모여서 교육을 받습니다. 실습을 하고 그걸 비디오로 찍어서 서로 피드백을 합니다. 마지막 프로그램을 두세시간씩 풀버젼으로 길게 하죠. 저희 교육과정에서 제일 인텐시브합니다. 예술쪽에서 경영조직에 대한 이해부분과 예술쪽에서 조직에 대한 이해 부분이 코드로 다다닥 이어져야 하는데 아직 그 코드가 없는 것 같아요. 그 코드라는 게 이해에서 올텐데 예술 하시는 분들도 일반적 기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경영조직에 계신 분들도 그렇구요. 저희 쪽의 변화관리팀의 커뮤니케이션을 예를 들자면, 인사업무를 해보지 않은 커뮤니케이션만 아는 사람이 하면 일 전체에 대한 이해가 절반 밖에 되지 않는거죠.보통 조직에 대해서 브로드하게 리서치할 경우, 조직만족도나 조직 내 헤게모니라든가, 인사적으로 적재되있는 상황 등 조직에 어떤 문제가 있고 리더쉽 스타일은 어떠한가. 이런 게 전부 리서치가 되어야 그 조직을 이해할 수 있거든요.
인컴브로더 대표: 네 프로그램 전에 그런 리서치들이 되기가 힘들었고 기업에 딱 맞는 셋팅 역시 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인컴브로더 대표: 프레젠테이션 부분으로 다시 돌아가보면 저희가 하는 게 대부분 정보를 전달하여 설득하는 것입니다. 비즈니스 목표가 딱 있는 상태에서 하는데 청중을 고려한다거나 발성을 잘한다거나 내 뜻을 어떻게 잘 극에서 처럼 기승전결이 명확하게 전달할 것인가 하는 고민들이죠. 이런 고민들이 있다는 걸 예술쪽에서 먼저 알고 오신다면 훨씬 더 코딩이 잘 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일반극에서는 청중들이 똑같이 극을 봅니다. 물론 거기서도 온도의 차는 있겠지만요. 프리젠테이션 현장에서는 청중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똑같이 한표를 갖고 있기는 하지만 그 현장에 만약 키맨있다고 한다면 그 사람과의 더 아이컨택을 해야한다거나 하는 비즈니스적 상황이 있습니다.
인컴브로더 과장: 후반부에는 그런 식의 클래스를 더 많이 진행했습니다. 최종 피드백에서는 ‘그런 식의 구성이 더 많았으면 더 좋았겠다’, ‘워밍업이 길었다’는 의견이 많았죠. 교육을 담당하신 연우무대 팀도 주로 유아나 청소년 대상의 프로그램을 많이 하셨던 분들이셨어요. 기업과의 경험도 있긴 했지만. 프로그램 자체가 참여자들 입장에서는 좀 더 프로페셔널한 내용이었음 좋겠다는 피드백도 있었습니다.
[그림2] University of London’s Drama Conservatoire 교육과정 모습
(출처: http://www.cssd.ac.uk/events/productions/brief-history-everything-devised)
전수환 교수: 영국에서는 드라마앤스피치라는 전문 분야가 있습니다. 드라마와 수사학을 같이 발달 시키는 거죠. 사회에서 연설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다 보니 발음이나 전달하는 방식 등을 배우에게 배워야 한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극단하고 기업이 오랫동안 관계를 맺어온 사례들도 있고요. 우리나라에서는 시적으로 말을 한다거나 연설에 있어서 음율을 중요시한다거나 하는 분위기가 없으니 문화적 차이가 있긴합니다. 연극이 아동청소년극도 있고 시민연극도 있는데 그 영역에서는 전문성이 있어요. 연기과 안에 아동청소년 전공이 2년 따로 별도로 있고 시민연극도 석사과정이 따로 있고요. 하지만 프레젠테이션 씨어터의 사례처럼 ‘비즈니스오브젝티브가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가’는 연극적 솔루션을 줘야하는데 현재로서는 지식의 부재가 드러나 버린거죠. 이제 그게 이슈인 것 같습니다. 이 문제를 풀려면 연극영역을 따로 만들어야합니다. 오히려 기업 안에서 쓰고 계신 스킬에 대한 방법론들을 예술쪽이 브로드하게 알고 ‘이런 이런 요소가 있더라, 적어도 이런 이런 영역까지는 우리가 미리 이해하고 그 상황에 맞는 예술적 솔루션을 줘야한다’ 하는 정도는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인컴브로더 과장: 발표할 자료를 본인이 만들어왔는데, PR을 해야하는 대상과 상황을 주어주지면 거기에 맞는 시나리오를 써왔죠. 근데 그런식의 수업이 역으로 좋았던 피드백은 뭐냐면 참여자분들이 직급의 다양성도 있고 전공도 다 다양하고 그래서 그런지 피치가 연극, 예술을 생각할 때 떠오르는 이미지와 태도들이 전부 다 달랐어요. 업무상에서 사용되는 피치능력과 예술은 한정되있었는데, 극단을 통해서 여러가지 활동을 하면서 내가 생각했던 연극의 범위를 확장했다, 하는 평이 많았어요. 참여자분들 중에는 뮤지컬 얘기만듣고 한번도 보지 못한 분이 계셨는데 그분이 뮤지컬을 그 기간동안 처음보셨대요. 보고나서 연극도 보고, 이러면서 내가 문화생활을 안 한다고 쉽게 말했 것과는 차원이 달랐고, 문화란 이런거구나, 하는 감이 오셨다고. 예술에 대해 막연히 가졌던 생각이 전환되기도 했죠.
전수환 교수: 교육하는 큰 모듈에 예술자체프로그램을 그대로 넣어서 효과를 얻은 사례도 있어요. 저희 사업 중 <Art for Nursing>이라고 서울대간호사분들이 본인들 이야기로 뮤지컬을 쓰고 뮤지컬을 하는 내용이 있습니다. 이 사업의 경우에는 좀 더 광고회사에 맞게끔 기업 상황에 대한 놀리지가 필요했었는데, 간호사분들 같은 경우에는 스트레스가 많잖아요. 업무상에서 겪는 감정노동을 치료하는 게 목적이었거든요. 근데 이 사업이 가능 했던 건 이 분들이 이미 1년 전부터 뮤지컬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뮤지컬이라는 예술장르를 그대로 적용했고 그 안에 콘텐츠를 상황과 맥락에 맞게끔 만들어낸 것 외에는 예술 자체를 건드릴 필요가 없었죠. 그 커뮤니티 안에서는 그 일이 정화의 기능을 확실히 했어요. 지금은 간호사들 사이에서 순회공연까지 하고 있거든요. 실상 기업의 업무에 예술이 곧바로 도움을 주기에는 힘들 것입니다. 업무에서 겪고 쌓이는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복지적 차원의 도움은 줄 수 있죠.
인컴브로더 대표: 네 저도 하면서 든 생각이 기업에게 예술은 치료목적, 교육목적, 소통목적, 변화관리를 위한 CEO의 하나의 툴 정도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교육부분은 좀 멀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치료와 소통 측면으로는 확실히 효과가 있지만요. 교육모듈을 생각할 때엔 이쪽, 저쪽 서로에 대한 이해와 준비를 정말 많이, 오랫동안 해야하니까요. 프리젠테이션을 목적으로 해서 다시 보자면, 예를 들어 3P 분석이나 비즈니스 상황 공부나 파워포인트 구성하는 것 등을 전부 쭉 컴프레시브하게 사전에 이해를 하셔야 할텐데 그게 만만치 않을 것 같아요. 오히려 저는 목표를 교육으로 보다 좁혀서, 프레젠테이션은 자신감이잖아요. 자신감이 없으니 아이컨택이 잘 안되는 거고. 버벌과 넌버벌영역의 일종의 자신감을 키워주기에 예술교육은 가장 좋은 것 같습니다. 버벌에서 자기 목소리를 어떻게 발성을 할 것인가, 넌버벌에서의 제스쳐는 어떻게 할 것인가를 연기나 다른 예술을 통해서 하면 자연스럽게 소화가 될 것 같아요. 그 외에 시나리오라든가 이런 부분은 원래 교육 프로그램의 숙제로 남겨두고 좁히면 훨씬 더 효과가 있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