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예술과 경영
“쉽게 말하면 예술경영은 주로 예술에다 경영을 도입하죠, 예술기반경영은 거꾸로예요. 경영에다 예술을 도입합니다. 말 그대로 예술을 기반으로 하는 경영이죠.”
“경영학이라는 게 이론적으로는 보편이론이기는 하지만, 모든 경영 즉 기업들은 저마다의 특수성이 필요합니다. 발현되어야 할 창의성이 달라요. 이 지점에서 경영과 예술이 분명 같이하는 맥락이 존재하는 거죠.”
(Lois Batelme, 2005) * 발표 자료 중
과거 전통적인 예술과 경영의 관계는 서로 오고가는 지원만 있을 뿐, 완전히 독립적으로 존재했다. 그러다 최근에 와서 서로 공통된 부분이 있다는 걸 인식하고 무언가를 공유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향후에는 더 나아가 예술과 경영이 융합되어 발전하게 될 것이다.
2. 실제적 예술 도입
과거 기업에게 예술은, 주로 마케팅과 홍보를 위한 부차적 수단으로 이용되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예술을 직접 배우고, 느끼고, 표현하는 등의 활동이 증가하고 있다. 적용되는 분야 역시 다양해지고 있다.
– 비전을 그림으로 제시함
– 시를 통해 회사의 상황을 깊이 이해하고 기업의 미션을 더 자세히 표현할 수 있음
– 음악 앙상블을 통해, 협력을 이용하여 높은 성과를 내는 방법을 배움
– 재즈연주를 통해 급격한 변화에 대처하는 관리능력을 강화할 수 있음
– 그래픽 레코딩에 의해서 발표내용을 잘 전달하고 이해를 촉진시킴과 동시에 창의적 사고를 가능하게 할 수 있음.
3. 예술기반경영의 현황
현재 해외 교육의 현황을 보면, 경영대학원 과정에 예술기반경영 관련 커리큘럼들이 포함되고 있다.
• 뉴욕의 Baruch College of the City University에서는 1999년부터 2003년까지 오케스트라(Orpheus Chamber Orchestra)를 초청하여 조직관리에 대해 배움.
• 1995년부터 메사추세츠 Babson College의 2년 과정 MBA에서는 첫 학기에 모든 학생들에게 예술에 관한 강도 높은 수업을 수강하도록 하고 있으며, 예술을 통한 창의력 교육을 위해 1997년부터 현재까지 The Sorenson Center for the Arts를 운영하고 있음.
• 현재 Columbia University Graduate School of Business의 Senior Executive Program(CSEP)에서는 리더십과 팀웤을 가르치기 위해 재즈, 연극, 그림 컬렉션 등 예술을 활용하고 있음.
• 현재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Oxford University’s Strategic Leadership Program(OSLP)에서는 시, 연극, 음악 등 예술을 리더십 개발 프로그램에 사용하고 있음.
• 이 외에도 미국의 Harvard University, University of Pennsylvania, New York University, University of Chicago등의 학교에서 예술과정을 경영대학 커리큘럼에 도입하였으며, 유럽의 Cranfield School of Management in UK, Nyenrode University in The Netherlands, Copenhagen Business School 등에서 예술과 경영의 시너지를 찾는 시도가 이루어 지고 있음.
또한 예술기반경영에 관한 연구단체, 지원단체, 컨퍼런스 등이 활성화되고 있다.
• Americans for the Arts의 Arts & Business Partnership 프로그램
• Arts and Business의 컨설팅 프로그램
• AACORN(Arts, Aesthetics, Creativity, and Organization Research Network)
• IDRIART(Initiative for Development of Intercultural & Interdisciplinary Relations Through the Arts)
• APROS(Asia-Pacific Researchers in Organizational Studies) Conference: 4 – Art and design in management
4. 예술기반경영의 현 과제와 전망
“조직의 심미성과 연구는 6, 70년대부터 시작되었고 90년대부터 본격화되어 최근 약 10년간 굉장히 활발해졌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연구들이 추상적이었기 때문에 실질적인 시도로 이뤄지기 힘들었죠.”
과거, 기업에게 예술은 너무 크고 너무 복잡한 세계였다. 기업이 무언가를 실질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선 그것을 세부 항목으로 나눠서 내부조직과 각각의 환경에 맞게끔 적용할 수 있어야 했는데, 예술이라는 세계는 그런 방식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경영환경이 예측불가능해진 이 시대에 기업에게는 예술이 가진 창의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해졌다. 경영학은 세상의 모든 학문을 흡수했고 이제 최후로 남은 것이 예술이다.
예술이 경영에 실제적 영향을 미친 사례들도 있다.
– 전략/기획 업무에 이미지 활용 후, 회의 내 아이디어 증가
– 리더쉽, 커뮤니케이션 능력 향상
– 마케팅에 미적요소 도입 후, 브랜드 이미지 상승
하지만 한계점은 분명 존재한다.
“예술을 활용하면 좋다고는 하는데 실질적으로 뭐가 좋은지, 구체적인 데이터로 가시화할 수 있는 지, 하는 것들이 경영의 시각입니다. 수치와 분석에 대한 이야기들을 할 수 밖에 없죠. 하지만 예술의 시각에서는 그렇지가 않습니다. 그런 시각이 예술의 본질을 흐린다고 생각하죠. 이 두 입장의 시각차가 한계점을 만드는 궁극적인 부분이죠.”
*사례연구
Taylor & Hanson 2005
Tayor & Hanson 2009
Schiuma 2009
또 다른 문제로는 현재 이 둘 사이에 프레임 워크가 존재하지 않는 것. 기업이 예술기반경영을 하기 위해선 예술을 세부항목으로 구분해 플랫폼화를 해야하는데, 예술은 Holistie(통괄적)한 경향이 있다. 이 차이가 예술기반경영의 고도화에 있어 큰 장벽이다.
“하지만 시도들은 계속 되고 있습니다. 일반 기업 보다는 조금 유연한 광고분야에서 시각디자인을 이미 그런 식(platform)으로 쓰고 있구요. 특히 유니레버사에서는 시를 가지고 광고에 활용한다든가 하는 사례도 있었죠.”
*사례
[Art & Business in UK]
Bigger Picture in DK에서 활용한 그래픽 레코딩.
예술기반경영이 그 연구와 사례들이 현재까지는 가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결과들이 많지 않아서 기업이 이를 하나의 방법론으로 완벽히 믿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러니 이제는 이를 어떻게 가능하게 할 것인 ,라는 물음에 대해 구체화된 답변이 필요하다. 현재 국내의 예술경영기반에 대한 움직임은 파일럿 스터디 정도이다. 이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하는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5. 이어지는 이야기
전수환 교수: 네 교수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함께 좀 더 고민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죠. 우선 교수님이 말씀하신 내용 중에 포함되는 몇 가지 단어들이 경영에서는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말들이지만, 예술계에서 받아들이기에 조금 강한 감이 있습니다. 분석과 수치에 관련된 말들이 그렇고, 예술이 전체주의적(Holiste)이라는 말도 그렇습니다. 앞으로 예술과 경영이 융합되기 위해서는, 이런 세계의 언어 차이 역시 각자 조금 순화해야 할 부분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참가자: 기업이 받아들 일 수 있는 형태와 서비스로 제공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해당 기업에 맞는 예술언어와 맞춤 시스템이 예술교육으로 들어가야합니다. 창의적인 것도 좋지만, 매뉴얼화가되지 않으면 아직은 기업에게 어려운 일이 될 것 같습니다.
전수환 교수: 그렇다면 그 예술교육을 위한 또다른 교육이 필요해지겠습니다. 그것을 위해서 또 다른 사업과 아카데미 등이 생겨나겠네요.
참가자: 저는 금융계에서 신용평가 애널리스트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는 사실 이런 분야가 있다는 것을 오늘 와서 알게되었어요. 굉장히 새롭구요. 말씀을 들어보니 현재는 기업을 교육하는 러닝단계에 중점을 두고 있는 상황으로 보이는데요. 현 단계에서는 세분화된 예술교육 보다는 좀 더 전반적인 교육형태가 좋지 않나 생각합니다. 기업쪽의 사람들이 더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이요.
참가자: 기업에서 자발적으로 운영하는 프로그램이 실상 유명하고 큰 사례 외에는 잘 없습니다. 기업에서 예술을 그대로 가져가서 이용하면 실패율이 큽니다. 이 사이에서 제대로 된 예술 교육기관이 필요합니다.
전수환 교수: 또 다른 문제로는 이 프로그램에 예술가를 투입시켰을 때예요. 그들에게는 기업의 언어가 우울한 거죠. 정체성에 있어서 혼돈을 주기도 하구요. 과학적 분석이나, 구체적 도입 같은 기업의 언어를 예술이 받아들일 수 있는 가, 하는 어려움도 존재합니다.
손지현 박사: 창의성을 제고하는데 사실 예술 말고도 대체제가 너무 많습니다. 기업분들은 특히 등산 같은 것들을 좋아하고요. 과연 기업이 반드시 예술기반경영을 해야 하는가, 다른 창의성 소통방법으로 성과를 낼 수도 있는데, 하는 문제에 있어서 설득력을 갖춰야 할 것 같습니다.
장대철 교수: 기업이 품질경영을 하는데 있어서 도구가 많은 것이 무조건적으로 유리합니다. 당연히 많은 무기를 가져야겠죠. 예술기반경영을 해도 되고 안 해도 되지만 기업은 더 많은 무기를 가질수록 유리하므로 예술기반경영이라는 무기를 가지려고 할겁니다. 왜 해야 하는 지는 압니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아는 것이 어려운 문제지요. 기업들은 언제나 앞서갑니다. 1위 기업은 1위를 유지하기 위해서, 2위는 1위를 넘어서기 위해서 돌파구를 찾으려 하겠죠. 예술과 환경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기업이 이 영역들에 대한 시도를 하려고 하고 있고, 동시에 이를 경영에 적용했을 때 리스크테이킹의 문제들이 생기면서 아직은 어려움이 있는 거죠.
임혜경 연구원: 그럼에도 기업으로서는 얻어가야 할 것, 얻을 수 있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러나 예술가들은 무엇을 얻는가, 하는 궁금증이 생깁니다. 해결사로의 역할을 부여 받는 것, 또 다른 하나의 직업군을 얻는 것 외에 예술이 좀 더 본질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전수환 교수: 그것은 아마 예술가 개인마다의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소셜 아티스트로서 무대가 아닌 사회에 참여하는 것, 커뮤니티 아티스트로서 직접적으로 사회의 현장에 변화를 주고 변화의 주체가 되는 것에 있어서 본인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얼마나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느냐에 따라서 다른 문제겠지요.
장대철 교수: 제가 보니 예술가들은 참 사회에서 많이 소외되어 있더라구요. 사회 전체가 기업화가 되어버렸으니까요. 예술은 사회에서 필연적으로 동떨어질 수 밖에 없게 되었죠. 하지만, 예술은 사회에 필요합니다. 그러니 예술가는 예술기반경영에 참여할 수 밖에 없게 된 시대와 상황이 된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