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조직을 위한 예술개입 사례 소개 Ⅱ(쉬우마 강의)
이번 강의는 11월 20일에 있을 포럼에 앞서, 초대 연사 중 한 명인 지오바니 쉬우마 교수의 연구에 대한 전수환 교수님의 심도 있는 설명으로 이루어졌다. 지오바니 쉬우마 교수는 ‘감성과 열정’이라는 우리 안에 보이지 않는 영역을 관리하는 방법에 대해 관심이 있는 영국의 경영학자로 감성과 열정과 같은 소프트 요인을 관리하는데 예술이 어떻게 도움을 줄 것인가에 대해 연구를 하고 있다.
쉬우마 연구의 핵심은 인간(조직)은 시상(Thalamus)에서 ‘Symbol and information’과 같은 외부자극을 받아들여 전환시킨 후 두 가지 작동체계로 작동시키는데 그 중 하나는 합리적 생각(Thought)이고 다른 하나는 감정(Feeling)이다. 그 후 조직은 이것에 따라서 행동에 관한 의사결정을 하여 다시 시상에 반영하는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그동안의 경영학은 ‘Thought’에 집중되어 있었고 ‘Feeling’은 작동시키지 못하였다는 점이다. 하지만 실제적으로 더 큰 파워를 낼 수 있는 것이 바로 ‘Feeling’이고 이것을 인지하는 것이 ‘know-how’와 상반 된 개념인 ‘know-feeling’이며 이제는 기업이 이것을 관리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쉬우마 교수는 주장한다.
이처럼 경영에서 조직원들의 ‘Feeling’을 작동시키기 위해서, 쉬우마 교수는 그것이 기업에 예술을 도입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기업에 도입된 예술기반 이니셔티브를 목적에 따라 분류하여 ‘예술가치 매트릭스’를 만들었다. 이것은 쉽게 말해 예술을 기업에 도입하면서 기대할 수 있는 조직 내 자산화와 조직 구성원들의 변화 수준을 나타낸 표이다.
다시 말해, 기업 내 지식 자산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는 인간과 결합된 암묵적인 자산이고 다른 하나는 밖으로 표현된 형식적인 자산이다. 표에서 ‘조직 내 자산화 정도’ 는 형식적 자산을 표현한다고 할 수 있고, ‘조직 구성원들의 변화 수준’은 암묵적 자산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겠다.
1. ‘오락 및 유흥’은 일시적이어서 조직 구성원을 변화시키는 수준도 낮을뿐더러 조직 내 자산으로 남는 것도 매우 드물다. 4. ‘명성’은 예술 도입을 통해 조직의 이미지를 높이는 방법으로 즉 문화 마케팅을 그 일환으로 들 수 있겠다. 하지만 이것은 조직 이미지를 좋게 하여 기업 자산화에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될지 모르겠으나 조직 구성원들을 변화 시키는 데는 거의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7. ‘투자’ 또한 기업의 재산관리 포트폴리오의 일종으로 기업의 형식적 자산은 증가시키지만 조직원들의 암묵적 자산을 높이지는 못한다. 따라서 1, 4, 7은 여태까지 문화 예술을 활용하여 기업이 하던 기존의 경영방식들로서 기업의 자산과만 연관되어 있을 뿐 조직원들의 변화로는 연결시키지는 못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전수환 교수님은 중간레벨인 2, 5, 8의 경우가 현재 우리가 관심 있게 보고 있는 부분이라고 언급하셨다. 2. ‘자극’ 의 경우 넥슨의 ‘더 놀자 밴드’처럼 예술을 오락, 유흥의 단계로 활용하는 것을 넘어서 조직원들이 직접 실행하면서 그들 내부의 분위기 변화를 일으키고 에너지를 창출하여 구성원의 내부적 자산을 창출시킨다. 하지만 이것은 회사 성과와 직접적으로 연결된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조직 내 자산화 정도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교수님은 특히 5. ‘환경’과 8. ‘관계강화’가 한국 사회가 예술기반경영의 부분에서 현실적으로 추구해나가야 할 중요한 방향이라고 강조하셨다. 5. ‘환경’은 예술을 반영하여 조직 내 업무 공간을 바꿈으로써, 조직원들의 분위기를 쇄신하고 활력을 불어 넣으며 회사 자체적으로도 이미지를 바꾸고 자산으로 남을 수 있는 방안이다. 8. ‘관계강화’는 개인의 변화도 어느 정도 일으킬뿐더러 조직 내 자산화를 극대화시키는데 그 이유는 협력 경험을 통해 유대감을 강화시킴으로써 조직의 관계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즉, 중요한 조직 자산의 일부인 ‘관계적 자산’과 ‘사회적 자산’을 증진시키는데 기여한다. 이것은 오히려 환경보다 조직 내 네트워킹이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더 중요한 자산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전수환 교수님은 그 동안 아르꼼 프로젝트가 타겟팅했던 방향이 바로 5번과 8번에 관련된 활동들이었다고 언급하셨다. 하지만 3, 6, 9번의 경우는 예술기반경영이 추구해야 할 향후 목표이지만 아직까지는 우리가 따라가기에는 현실적으로 많은 한계가 존재하는 부분이라고 말씀했다. 종합적으로 쉬우마 교수의 예술가치 매트릭스는 예술이 기업경영에 끼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해 이전에는 막연하게 설명할 수밖에 없었던 부분을 좀 더 명확하고 자세하게 언급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쉬우마 교수는 예술기반 경영이 그 자체가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지식자산을 향상시키는 도구라고 말한다. 즉 예술이 직접적으로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고, 예술은 기업의 지식자산을 높여 그것을 통해서 기업의 가치를 향상시킨다는 것이다. 그는 조직의 경영이 앞으로는 감성을 기반으로 하는 경영으로 바뀔 수밖에 없기 때문에 조직 내 지식자산을 높이는 방법도 예술기반 이니셔티브 관리를 통해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현재 경영학계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방향성과 일맥상통한다. 경영환경의 변화에 따라 기존의 ‘모더니즘 패러다임’에서 21세기에 걸 맞는 ‘포스트모더니즘’ 패러다임으로의 변화가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포스트모더니즘 패러다임은 인간의 본성과 관련성을 인식하고 직원의 감성과 에너지를 가치창출의 주요 요소로 사용하는 조직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으로, 이는 경영의 초점이 효율성에서 점차 유연성으로 변화하면서 경영활동에 사람들의 감정이 고려되고 있음을 나타내는 부분이다. 기존의 모더니즘 패러다임에서 감정은 통제되기 일 수 였지만, 오늘날 포스트모더니즘 관점에서는 기업의 심미적 차원을 강화하여 감성적, 에너지적인 역량을 개발하는 감정의 역할에 집중하고 있다. 여기서 쉬우마 교수는 바로 그 감정을 다루는 것이 예술이라고 믿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포스트모더니즘 경영의 패러다임 속에서 예술적 도입을 주창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