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국내 문화예술 창조경영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제언
가. 유럽 관련 연구 및 사례 시사점
▪ 유럽은 창조산업에 대한 경제적 가치를 인식하는 단계를 지나, 모든 산업 분야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혁신의 매개로 다른 여러 분야와의 융합과 마찬가지로 문화와 예술에 주목하고 있으며, 특히 ‘예술적 개입’, ‘예술 기반 이니셔티브’ 등의 개념으로 예술가를 기업을 비롯한 모든 규모와 형태의 조직과 만나게 하여 서로 다른 맥락의 두 세계 간의 창의적 충돌을 통해 상호 학습하고, 공동으로 연구하고 창조하는 활동과 관련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예술가의 모름(Not-knowing)이 전제와 편견을 제거하고 조직의 블라인드 스팟을 발견하게 해주며, 인간의 논리적 사고와 더불어 모든 감각 시스템(Sensory System)을 활용하는 ‘노우필’ (Know-feel)에 기반한 효율적인 방식으로 문제의 근본적 해결에 더 접근할 수 있다.
▪ 예술적 개입의 효과는 조직원 개인의 변화로부터 시작하여 동료와 부서, 조직 전체, 나아가 사회에 영향을 전파하는 넘침 효과(Spillover effect) 현상으로 나타난다. 이는 조직 인적 자원의 경쟁력을 제고 하는 조직 내 이익일 뿐만 아니라, 조직원이 사회와 영향을 주고받는 시민으로서 혁신의 주체이자 창의성의 원천이 되는 사회 전체의 이익을 가져오는 결과를 낳았다.
▪ 이는 기존의 커뮤니티 아트, 사회문화예술교육, 예술치료 등의 예술의 호혜적/일방향적 사회적 참여 활동과 비교하여 주된 참여 주체가 조직(주로, 기업)과 예술이며, 두 주체 간의 공동 연구를 통해 조직에 구체적 영향을 미칠 결과물(전환적 사고, 아이디어, 프로토타입 등)을 창조해낸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단순히 예술적 기법이나 방식을 도입하여 조직원의 업무 역량을 증진하거나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는 것과 달리 예술가와 조직의 질의와 연구, 성찰의 과정이 중요시되는 개념이다.
▪ 지난 10여년 동안 유럽에서 일어났던 많은 실행 사례들을 바탕으로, 정책적 지원의 근거를 마련하고 효과를 증진하기 위한 관련 연구가 증가하고 있다. 그 관점은 각 사례에 대한 매개자, 예술가, 연구자의 시점과 기법으로 서술한 다수의 사례 연구(Conexiones Improbables, TILLT, Brattstrom)와 각 사례에 대한 분석보다는 기존의 경영학적 프레임워크를 활용하여 거시적인 안목으로 예술의 가치 창출 매커니즘을 설명하는 것(Schiuma), 또 조직학습이론에서 출발하여 예술적 개입에 맞게 고안된 예술적(Artful) 연구방식과 다수의 이해관계자가 실행, 평가, 연구에 동시에 참여하는 참여액션평가연구(Participatory Action Evaluation Research)를 통해 예술적 개입의 부가가치를 다면적으로 전달하는(Berthoin Antal)방법 등 다양한 분야의 접근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 실행을 통한 예술적 개입의 방법론이 개발되고 있으며, 예술적 개입을 전문적으로 제작하고 매개하는 매개자(Intermediary)의 활동이 주요하다. 각 방법론들은 사회적 맥락과 필요에 따라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시도되고 있으나, 보통은 ‘팀의 구성-연구조사-실행/성찰/평가-후속과정’의 5단계로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이미 유럽의 논의는 한 프로젝트의 완료에 그치치 않고 효과를 지속시키기 위한 방안과 긍정적인 효과 뿐만이 아니라 잠재적인 부정적 효과를 방지하기 위한 후속 컨설팅 마련 등 한 단계 더 나아가 있다.
▪ 매개자들이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경험에서 얻은 시사점은 우선 예술가와 조직의 정체성은 결코 합치될 수 없는 것으로, 서로에 대한 충분한 소통과 이해는 필요하지만 예술가는 예술가의 창의성과 신선함(Edge)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하고, 조직은 조직 본래의 목적을 잃지 않아야 공동 연구와 창조의 질을 담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들 간에 안전한 활동의 공간과 거리를 유지해줄 수 있는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지닌 매개자의 역할이 필요하다. 매개자는 프로그램의 개발에 직접 관여하는 것이 아니라, 협업 중에 발생할 조짐이 있는 문제점을 미리 발견하고 이의 해결에 신속하게 대처하며 다양한 예술가-조직 프로젝트 팀이 서로 경험을 공유하고 상호학습 하는 네트워킹의 플랫폼을 마련하여 주어야한다.
▪ 또 다른 중요한 실행에서의 시사점은 처음부터 정확하고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놓고 프로젝트의 구상에 들어가기 보다는, 넓은 바운더리 안에서 최소한의 원칙을 합의한 후에, 그 안에서 예술적 자유와 연구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장해야 혁신적인 새로움(Newness)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 예술적 개입의 효과와 지속성은 경영진과 조직원 모두의 동기부여와 참여에 좌우된다. 경영진의 경우 본격적인 참여까지는 어렵더라도 초기부터 프로젝트 관여팀을 구성하여 과정을 지원하고 있다.
▪ 예술적 개입 영향의 측정은 정량적 측정보다는 모든 이해관계자의 스토리텔링에 기반한 정성적 연구의 비중이 높으며, 계속해서 Bodily knowing, 인터넷 베이스 연구와 같은 보다 다면적인 측정을 위한 새로운 방식을 모색하고 있는 중이다. 조직원을 비롯한 대부분의 참여자들은 초기의 회의주의를 예술가와의 충분한 대화와 소통을 통한 앵커링 과정을 통해 극복하고 있고, 프로그램 진행 중 보다는 이후 성찰의 과정에서 가치를 깨닫게 되는 경우가 많으며, 그럴 때에 효과의 지속성을 더욱 기대할 수 있다.
▪ 예술적 개입의 형태와 방식은 정형화되어 있지 않으며, 시대의 흐름과 사회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변모해야 한다. 경제위기 상황에 적응하기 위한 단기 프로그램(Creative Pills)의 탄생 등 위기를 기회로, 변화하는 상황에 따라 대응하는 프로그램 전략이 필요하다.
▪ 정책입안자와 경영진들에게 예술적 개입의 정책적 지원과 도입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논리적 설명보다도 한 번이라도 이를 직접 경험하게 해보는 것이 효과적이다. 또한, 대중들에게 예술적 개입의 진면목을 효과적으로 전달하여 관련 담론을 확산하기 위한 다양한 온/오프라인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필요하기도 하다.
▪ 예술가에게도 예술적 개입은 자신의 예술적 방법론을 새로운 세계에서 실험하고, 상아탑 속의 예술이 아닌 실질적인 사회적 기여를 요구하는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고, 창조적 충돌과정을 통해 미학적 성취를 거두는 새로운 기회의 영역(New Arena)으로 인식되고 있다. 모든 예술가들이 예술적 개입에 참여할 필요는 없으며(예술의 도구화에 대한 논란도 있지만), 예술적 개입에 관련된 예술 영역이 새롭게 개척되고 있음은 분명하다.
▪ 다양한 실행 단체 간(Creative Clash), 연구 기관 간(Innovation Insights Hub) 네트워크 형성을 통한 경험과 지식교류의 장이 형성되고 있으며, 예술적 개입을 이해하고 실행할 수 있는 역량을 지닌 전문 예술가를 위한 훈련 프로그램(TAFI)도 동시에 연구되고 있다.
나. 정책 목표 도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