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인터뷰 > Pia Areblad, 스웨덴 TILLT 전략적 제휴 디렉터

 

Pia Areblad

 

● Q. 개인 소개와 TILLT 창시 배경은?

A. TILLT의 전략적 제휴 디렉터로, 2000년 Skadebanan Vastra Gotaland에 입사 동시에 예술적 개입을 도입하게 되었다. 사실 대학교까진 전문 무용수로서 교육 받았고, 이후 정치학을 전공하였다. 정치인으로서 경험을 쌓기도 하였기에 어떻게 정책이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이해를 가지고 있었다. 2000년 예테보리 오페라에서 중소도시 학교 개발 디렉터와의의 대화 중에 학생들과 교사들이 단순히 공연을 관람하고 마는 예술 교육 프로그램의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파악하였고 이것이 예술의 본질과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예술 작품 뒤의 예술의 프로세스를 배울 수 있는 접근, 예술가들이 예술작품을 만들기 위해 어떠한 결정들을 내릴까 에 대해 학습할 수 있는 새로운 예술 교육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TILLT를 창시하게 되었다. 사업의 시작을 우선 에테보리에서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시의 문화정책관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회의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았지만, 곧 조금씩 성공을 거두고 지역을 확대해 나갈 수 있었다. 2000년부터 2007년 사이에 안무가, 무용가들을 지역에 개입시키는 작업을 했는데, 정말 혁신이 일어나는 과정을 눈으로 확인하였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계속해서 다른 영역의 사람들과 만나는 것을 좋아하고, 기업의 CEO, 개성있는 예술가들을 만나고 이들 간을 연결하는 것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 Q. 유럽 예술적 개입의 정책적 지원 현황이 어떻게 되는가?

A. 국내적으로는 2000년대 후반부터 많은 정책적 논의가 있어왔으나, 실제적 지원은 아직 부족하다고 본다. 심지어는 경제부진으로 인해 지역 정부에서 지원금을 반으로 삭감하기도 한다. 지난 주에 스웨덴의 중앙과 지방에서 활동하는 각 정당의 유력한 정치인들과 다양한 노동조합과 시민사회 단체의 활동가들, 각종 로비스트들과 이익단체 관계자 그리고 일반시민들까지 참여하는 ‘알메달렌 정치 주간(Almedalen Politics Week)’에서 신임 기업부 장관을 만나 창조경제의 기본 원동력은 문화기반의 창조력이라는 점에 대해 토의하고, 관련 지원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2003년부터 전국을 다니며 예술적 개입을 위한 로비활동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데, 정치인과 공무원을 설득한 이후에도 그들의 임기가 정해져 있기에, 보다 심도있는 활동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것이 아쉬운 부분이다. 아직은 너무 변화의 속도가 느리다고 생각하며, 이것을 더욱 활기있게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 나의 목표라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유럽적 차원에서는 더욱 이해가 필요하다고 본다. 2008년 20개 국가들이 모여서 이 문제에 대해서 논의했는데, 많은 각국의 최고 지도자들이 이 문제에 대해서 관심과 지지를 표명했었다. 그래서 그 결과 Creative Europe의 지원도 이끌어 낼 수 있었고, 현재는 유럽 연합의 다른 분과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는 Creative Clash를 통해서 현재까지 5년동안 예술적 개입의 이슈를 지속적으로 푸싱하고 있다. 관련 연구 보고서도 발간하고, 지난 2년간 유럽 각 국에서 30개의 전파 이벤트를 진행하였다. 그래서 우리의 위치를 각인시켰고, 조금씩 수확을 거두고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이러한 활동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Q. TILLT의 역할은?

A. 우리는 예술가의 주도력(Driving forces)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또한 사회의 변화, 조직의 Needs, 그들이 당면한 기회와 문제를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는 예술과 조직이 만날 수 있는 공간(Interspaces)을 개발하는데, 이는 예술가와 조직의 프로젝트를 의미한다. 그리고 예술가를 조직에 매칭하는게 우리의 일이다. 우리는 상호작용을 촉진하고 과정을 지원하는데, 이는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며, 예술가가 프로젝트의 가치를 충분히 끌어낼 수 있도록 조직과 통합시키고 지원하는 작업이라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성찰의 과정과 평가를 위한 연구를 실행하기도 한다. 이것이 레인 사이클이라고 불리는 순환의 과정이다. 그 결과로 조직에서는 3개의 다른 영역-인적 자원, 커뮤니케이션, 창조력과 혁신 능력, 가시성(조직원에 대한 가시성이 가운데에 위치함)에서 효과가 발생한다.

 

●Q. 실행 중의 문제점과 그 극복과정을 설명해 달라.

A. 10여년 프로젝트들을 실행해오면서 수많은 실패와 실수를 겪었다. 한 가지 문제는 어떻게 정말 예술의 복잡하고 전혀 다른 사고방식을 조직과 소통할 것인가, 어떻게 과정 중에 일어나는 현상들을 조직에게 이해시킬 것인가였다. 그러나 목표를 설정하면 예술의 진정한 가치를 잃게 되기에 이런 점을 항상 유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데, 그 중에서도 최근 베를린에서 ‘국제 관계에서 소통의 방식’을 주제로 다양한 분야의 참여자를 모아 24시간 동안 진행한 Innovation Lab은 예술적 사고방식을 조금이나마 체험하여 추후 장기 프로젝트로 연계할 수 있도록 기획한 것이었다. 다른 문제는 기업의 가치와 예술의 가치가 충돌하는 것인데, 그래서 우리는 이른바 에어백 기능을 수행하였다. 이것은 예술가와 기업이 마음 놓고 작업할 수 있는 제 3의 공간을 만드는 것으로, 두 단계로 실행되는데, 닻 내리기 과정과 그들 사이의 공간이 프로젝트 진행 중에 계속 유지되도록 돕는 것이다.

 

●Q. 예술가 교육 및 훈련은 어떻게 하는가?

A. 우리는 실제로 트레이닝 프로그램에 대해 많은 비중을 두지 않고 있다. 예술가들은 과정 중에 다른 영역(arena)을 스스로 학습하는데, 이것은 유럽의 다른 사례에서 예술가들에게 기업가적인 교육을 시행해왔던 것과는 다른 점이다. 우리는 예술가의 존재 자체가 중요하며, 과정을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다. 예술가에게 며칠 간 조직의 직면한 과제에 대해서 연구하기 위한 워크샵을 진행하기도 하지만,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개인적 코칭이다. 또한 여러 예술가와 조직을 한 자리에 모여서 지식을 공유하도록 하고, 직면한 과제와 현재까지 진행해온 내용들에 대해서 토론하도록 한다.

 

●Q. 적절한 예술가를 선발하는 방법은?

A. 사실 스웨덴을 비롯한 유럽 전역에 기업과의 프로젝트에 참여하고자 하는 예술가들이 많기 때문에 예술가를 찾는 일 자체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때때로는 우리가 원하는 에지(edge)가 없는 예술가도 있다. 우리는 예술가들이 새로운 공간으로 가서 날카롭게, 도발적으로, 요청받은 무언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전환적 사고를 제시하는 작업을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하기를 바란다. 2003, 2005년에 어느 토론에서 몇몇 예술가들이 예술을 도구화하는 것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였고 이것은 몇 년 동안 큰 논의로 발전되기도 하였다. 올해 6월에도 나는 한 갤러리에서 했던 회의에서 패널로 참여했는데, 4명의 반대하는 패널과 15명의 성난 예술가에 대하여 틸트의 활동을 옹호하느라 매우 애를 먹었던 기억이 있다. 나는 예술가들이 진정으로 도발적이고 사회와 통합되길 원한다면, 다른 장(Arena)에서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직면한 사회의 문제들에 대해서 예술가들은 용감한 새로운 시도를 해야한다.

 

우리는 예술가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 일정한 정해진 기준(Standard)을 고수하지 않으며, 네트워킹을 통해서 물색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예술가를 선발 할 때는 몇가지 단계를 거치는데 이는 그들의 동기가 무엇인지, 일자리가 아닌 새로운 예술의 능력을 탐험하는 데에 목적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결코 고용만을 위한 펀딩은 지양함) 우리는 오늘날의 사회를 발전시키고자 하는 예술의 미덕에 귀 기울이지 않는 예술가에게는 비용을 지불할 수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Q. 예술가의 날카로움(Sharpness, Edge)이란 무엇인가?

A. 예술가의 예리함(edge)은 우리가 예술가에서 발견하고 또 유지하고자 하는 중요한 덕목이다. 헬싱키의 Aalto 대학(2010년 Helsinki University of Technology, Helsinki School of Economics, University of Arts and Design Helsinki를 통합)의 총장은 이렇게 말했다.

 

“모든 것이 똑같다면 얼마나 지루할 것인가, 그래서 우리는 다양성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우리는 모든 것이 뒤섞여 갈색이 되기는 원하지 않는다. 각자의 색깔을 찬란히 유지한 채로의 다양성을 원한다.” 

 

그동안 창의력에 대한 많은 연구들이 있었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창의적이지만, 4세 이후에 창의력은 급감하기 시작한다. 28세에 오직 4퍼센트의 사람만이 4세 시절의 창의력을 보유한다고 한다. 슬픈 일이지만, 그 4퍼센트의 사람들이 바로 예술가들인데, 그들은 창의력을 유지하고, 사고를 통합하는 것을 훈련한다. 이들의 탐험은 충돌을 필요로 하고, 이것은 혁신으로 이어지는데, 바로 이것이 나에게는 매우 강력한 힘으로 느껴진다. 이전의 창조산업 분야에서 예술가에게 마케팅, 투자 등의 비즈니스 스킬을 교육하려는 시도가 있었는데, 이런 시도들이 종국에는 예술가들에게 예술에 대한 흥미를 잃게 만들고 독창성을 잃게 하는 부작용을 만들어 버렸다. 나는 6살부터 무용을 시작해서 20세부터 예술대학에서 공부했었는데, 나와 같은 대다수의 예술가들이 이미 사회적으로 예술가로 육성하기 위한 자원을 투입 받은 것이다. 예술가가 되기를 원한다면 대학 이전부터 강도 높은 예술가를 위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 게다가 대학에서 예술교육을 받는 사람들은 더욱 소수가 된다. 따라서 이런 교육 이후에 예술가들에게 단기간의 기업가적 훈련을 실시한다는 것은 사회적 낭비라고 생각한다. 나는 예술가들은 이미 예술가로서 매우 잘 교육되어 있으며, 이들의 고유한 능력을 더 이끌어내고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Q. 향후 계획 및 아르꼼에게 전하는 제언은?

A. 문화는 모든 종류의 정책 회의에서 이미 주류적 흐름이 되고 있으며, 5~10년 안에는 50% 이상의 기업 관련 위원회에 혁신을 위한 예술이 포함될 것으로 기대한다. 스웨덴은 이미 국가적 혁신 전략을 가지고 있고, 여기에 혁신을 위한 예술, 창의력 관련 정책이 포함되어 있다. 나는 이것이 더 강력한 흐름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또 예술적 개입에 대한 인식 또한 많이 변해왔다고 생각한다. 많은 이니셔티브들이 생겨나고, 컨설팅 회사들도 창의적 예술적 방식을 실행하고, 대중적 이해가 넓어지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만큼 우려도 커지고 있다. 수많은 시도들에서 우리가 전하고자 하는 퀄리티를 유지할 수 있을까에 대한 우려가 그것이다. 관건은 예술에 대한 존경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행보를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지속될 제 2기 유럽 문화 프로그램에서 확인하길 바란다.

 

 

 한국은 경영진과 커넥션이 좋은 것 같은데, 이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우리는 항상 경영진과 신뢰를 바탕으로 예술적 개입으로 인해 조직원들이 받는 가치가 잠재적이라는 것을 설명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람들의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이해시키려고 노력한다. 이런 면에서 한국이 지닌 가장 큰 자산을 잘 사용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러한 경영진과의 관계를 바탕으로 더 많은 조직원들이 연계되고 참여하도록 해서 이들 각자가 문제의 해결자(Problem-solver)가 되도록 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또한, 아르꼼처럼 학계의 참여도 중요하다. 우리도 지역 대학과의 연계를 강화하여 석사 및 박사 과정 학생들과 연구자들을 실행 프로젝트에 참여시키고 공동 연구를 진행하려고 한다. 그래서 예술과 조직에 일어나는 것들을 높은 학문적 기술로 성찰하는 것이 매우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아르꼼에서 질의한 내용들이 상당히 인상 깊었다. 한국에서 미흡한 부분은 조직원의 참여에 관한 부분으로 보이는데, 예술적 개입의 긍정적 영향은 조직 아랫단까지 미쳐야 훨씬 커지기에 과정에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더 많은 경영진을 설득하기 위해서 소수의 경험이 다른 경영진과 공유하는 과정에서 전파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개개인에게 예술의 힘을 이해하도록 접근하는 것이 쉬운데 이를 위해선 변화를 일으키고자 하는 용감한 한 경영인을 찾아야 한다. 한국의 사회공헌과의 접목을 기업의 문화적 책임(Corporate cultural responsibility)로 표현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아직 한국 사회의 문화는 결과에 초점이 있고, 기업의 본질에 다가가지는 못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한국의 상황에 맞춘 해결책이라고 생각하며 나름대로는 흥미롭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가시성이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기 위해서 중요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기업이 기업 활동에서 예술적 개입을 통해 긍정적 영향을 얻었더라도 이것은 충분히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인식을 개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