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rthoin Antal
● 연구자 소개
– 현재 베를린 사회과학연구소의 Cultural Sources for Newness 연구유닛에서 예술적 개입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으며, 2000년대 중반부터 스웨덴 TILLT, 스페인 Conexiones Improbables, 프랑스 Eurogroup Consulting, 3CA 등 예술적 개입의 매개 및 실행 기관의 사례 연구를 진행하였고, 관련 논문 및 보고서를 다수 발표하였다. 주된 연구 분야는 예술적 개입에서 발생되는 부가 가치에 대한 규명 및 측정 방법, 조직 내에서 모름(Not-knowing)를 활용한 예술 기반 연구, 매개 기관의 역할 등이 있으며, 예술적 개입의 효과를 단순히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연구자의 객관적인 관점에서 연구하고 있다. TILLT와 함께 300여개 사례를 대상으로 영향 평가에 관련한 50여개의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 주요 연구 저서
– Berthoin Antal, Ariane (2013): “Art-Based Research for Engaging Not-Knowing in Organizations”. In: Journal of Applied Arts & Health, Vol. 4, No. 1, S. 67-76.
– Berthoin Antal, Ariane (2012): “Artistic Intervention Residencies And Their Intermediaries. A Comparative Analysis”. In: Organizational Aesthetics, Vol. 1, No. 1, S. 44-67.
– Brydon-Miller, Mary/Berthoin Antal, Ariane/Friedman, Victor/Gaya Wicks, Patricia (Eds.) (2011): Special Issue on Arts and Action Research. Action Research, Vol. 9, No. 1. London: Sage, 115 S.
– Berthoin Antal, Ariane (2009): Transforming Organisations with the Arts. Research Framework for Evaluating the Effects of Artistic Interventions in Organizations – Research Report. Gothenburg: TILLT Europe.
● Q. 예술적 개입의 연구 동기는?
A. 영국에서 국제 기업 리더 교육 프로그램의 담당자로 일했을 때, 경영진들을 극장이나 콘서트장에 데려갈 때 마다 예술이 자신을 돌아보고 서로를 성찰하게 하여 갑작스러운 변화를 일으키는 것을 보았다. 도대체 무엇이 일어난 것인지, 예술가가 조직에 무슨 영향을 준 것인지, 이러한 변화의 근원이 궁금해졌다. 그리고 2005년~6년 사이에 Lotte Darsø의 저서 ‘Artful Creation: Learning-Tales of Arts-in-Business(2004)’를 접하고 내가 가졌던 질문들이 터무니없는 것이 아니라 탐구할만한 주제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WZB에 Cultural Resources of Newness(새로움의 문화적 자원)라는 새로운 연구 유닛을 만들고 예술적 개입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하였다. 개인적 차원에서 일어나는 예술적 개입의 영향을 조직 외부의 시선에서 연구해왔다.
처음으로 연구한 프로젝트는 프랑스 유로 그룹 컨설팅의 예술가 레지던스 프로그램이었다. 신문 기사를 보고 예술적 개입을 연구하고자 무작정 연락하였고, 경영진의 신뢰를 얻어서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Cultural Resources of Newness 연구유닛 대표인 미셸 허터가 브뤼셀의 포럼에서 TILLT의 Pia Areblad의 흥미로운 사례 발표를 접하였고, 이를 계기로 WZB가 TILLT의 정식 리서치 파트너가 되었다. Conexiones Improbables의 Arantxa Mendiharat도 같은 자리에서 만났으며, 이후 사례 연구를 하게되었다. 현재도 예술적 개입 관련 사례를 알게 되면 연락을 취하여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2008년 베를린에서 이전까지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못한 예술적 개입 연구를 위해 관련자들을 한 자리에 모으는 첫 시도가 있었다. 항상 연구자만의 관점에서 연구를 하는 것이 아니라, 경영진, 조직원, 예술가, 매개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지니는 기대와 관점에서 연구를 진행한다.
● Q. 예술적 개입에서 매개자(Intermediary)의 역할
A. 연구 과정에서 기대하지 못했지만 중요하게 떠오른 점이 바로 매개자들이 무엇이 일어나게 만드는지, 어떻게 예술과 기업의 세계를 연계하는지, 그 과정에서 어떠한 학습이 이루어지는지에 대한 연구였다. 그렇게 때문에 한국에서도 예술적 개입을 개발할 때에 누가 이러한 역할을 맡을 수 있을지 연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유럽에서는 많은 경우에 외부의 매개자들을 활용하며, 내부의 매개자들을 개발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예술가들이 조직으로 들어가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기 때문에 참여자들이 굉장히 두려워한다. 이 때에 매개자들이 경험을 통해 안전 지대를 만들고 상호 학습을 지원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그리고 예술과 조직이 각자의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매개자의 역할은 이 둘 사이에 공간(Interspaces)을 형성하는 것이자, 이들이 서로 안심하고 만날 수 있지만 서로의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이다. 예술가들이 조직 내의 사람들과 유사해진다면 예술가의 고유성을 잃고 더 이상 예술가라고 할 수 없을 것이며, 조직원 또한 예술가가 되는 것을 최종 목표로 할 수 없다. 따라서 매개자는 뛰어난 예술가와 좋은 조직원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담당한다고 할 수 있겠다.
이를 프랑스 유로 그룹 컨설팅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시니어 컨설턴트인 Julien Eymeri는 조직 내부에서 매개 역할을 수행한 사례인데, 외부 네트워크를 통해서 적절한 예술가를 물색하였다. 그러나 이는 매우 희귀한 사례로, 조직 내부에 매개역을 전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역량과 시간을 가진 사람을 찾는 일은 매우 어렵고, 조직 외부의 매개자의 도움을 받는 것이 어떤 면에서는 더욱 용이하다고 할 수 있겠다.
● Q. 모름(Not-knowing)을 활용한 예술적 연구(Arts-based Research) 과정(Antal, 2013)이란?
A. 예술과 조직은 전혀 다른 세계이므로, 예술가는 조직의 생리에 대해 무지하며, 예술적 개입에 대한 예술과 조직의 목표도 다르다. 모름(Not-knowing)은 처음에는 의심과 무대책과 같은 개념으로 경영과는 현저히 대조를 이루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조직은 앎(Knowing)을 요구하는 세계인데, 이와 대조적으로 조직 내 예술적 개입의 실행은 무지가 자원이 될 수 있음을 보여는 것이다.
예술적 개입에서 답을 찾기 위한 탐색은 예술가가 완전히 생소한 신체적·사회적 맥락을 탐험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다. 업무 환경에서 이루어지는 예술가와의 상호 작용은 조직원이 ‘더 적게 짐작하고, 더 많이 지각하고, 덜 지나치는’ 불확실성의 시대의 필수 능력을 고양한다. 즉, 일상적인 사고방식에서 흔히 지나칠 수 있는 블라인드 스팟을 찾게 해주는 것이다.
예술가는 다른 방식으로 보고, 역설적인 것들을 연결하고, 또 이것을 가지고 놀이를 만든다. 기존 컨설턴트의 효율 기반(efficiency-driven)이 아니라 호기심 기반(curiosity-driven)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조직 문화 내의 경계를 느끼고 이를 자유롭게 가지고 놀면서, 경험을 반추하고, 해답을 끌어내어, 가능성을 확장하면서 동시에 학습하는 예술적 연구의 과정을 수행한다. 이런 과정에서 예술가는 주어진 환경을 아주 민감하게 받아들여야 할 뿐만 아니라 주어진 환경에서 예술적으로 표현 가능한 것을 발견하고 모듈레이팅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질의와 행동, 자기성찰과 상호작용, 신체와 정신을 연결시키는 조직 내의 예술 기반 연구는 환경을 최대한 인식하기 위한 인간의 능력을 확장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떠오르게 할 수 있다.
● Q 예술적 개입에 대한 조직원의 회의주의(Skepticism)에 대한 방안은?
(“한국의 상황은 유럽과 상당히 비슷하기도 하지만 또 다르기도 합니다. 많은 경우에 한국의 예술적 개입은 이에 관심이 있고 확신이 있는 관리자에 의해 도입되기 때문에, 조직원들은 이를 잘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더군다나 한국의 노동시간은 OECD 국가 중에서도 최상위를 차지할 정도로 높습니다. 이런 피로사회에서 조직원들은 예술적 개입을 업무의 연장이나 불필요한 일을 더하는 것으로 여겨서 그 가치를 인식하지 못합니다.”에 대한 답변)
A. 유럽에서도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사람들은 충분히 바쁘고 유사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회의주의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대면한 경영진이나 업무공간에서 예술을 대하는 조직원들에게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데, 일례로 TILLT의 사례에서도 조직원들은 브로셔에서 무용가를 보고 공장에서 무용 공연을 하는 것인가 하는 식의 의문을 제기하였다. 보통 업무량이 많고, 경영진의 이해가 조직원의 것과 상반된다고 여기는 경우에 더 회의주의가 강하게 나타난다. 예술에 대해서 사람들은 매우 불편하고 불안정해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몰라하며, “내가 예술을 하면 바보같이 보이지 않을까, 왜 내가 일터에서 예술을 해야할까” 이런 질문들을 제기한다. 그러나 일단 예술가를 만나면 이것은 뭔가 다른 것이라는 점을 즉시 깨닫고 신뢰를 형성한다. 이 과정은 예술가의 역량에 의해 좌우될 수 있겠다. 대부분의 경우에 조직원들은 예술가가 주는 에너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예술가와의 상호작용-예술가가 업무 공간으로 들어와서 인간으로서 참여하는 것-의 효과를 언급한다. 예술적 개입이 많은 에너지를 주고 나에게 뭔가 좋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을 조직원들이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게 목적이다.
● Q. 성찰(Reflection)과 의미 형성(Sense-making)이란?
A. 개인적인 견해로, 한국의 조직원들을 위한 제안을 한다면, 예술적 개입의 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는 걸 말하고 싶다. 성찰의 과정에서 의미의 형성(Sense-making)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나는 그 동안의 연구에서 수많은 그룹 및 개별 인터뷰를 진행해왔는데, 그 과정에서 조직원들은 그들의 경험에 대해 생각하고 이야기하는 기회를 가지면서 한 발 더 나아가게 된다. 그들은 생각을 더욱 뚜렷하게 발전시키는 기회를 가졌다. 그들은 우리의 질문들에 답하다가 갑자기 자신과 조직에 일어난 변화를 깨닫는다. 연구자의 질문을 듣거나, 또는 다른 조직원의 답변을 들으며 업무 중에 인식하지 못했던 가치를 깨닫게 된다. 연구자의 질문에 답하면서 어떻게 예술적 개입이 일하는 데 있어서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었는지, 동료를 이해하거나, 우리 회사가 더 잘 운영되고 변화하는 데 기여했는지, 자신감을 높이고 창의적 능력이 길러졌다고 생각하는지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한 사례에서 예술적 개입이 정말 잘 실행되었는데, 이후 참여했던 사람들은 이것을 송두리째 잊어버리고 만 경우가 있었다. 예술가가 관련한 글을 썼지만, 정작 조직원 간에 예술적 개입에 대한 대화를 거의 하지 못했다. 개개인 간의 대화는 있었으나, 경영진과 조직원과의 대화가 없었고, 결과적으로 이 활동은 기업의 제대로 된 지지도 받지 못하고 지속되기도 어려웠다. 예술가나 연구자에 의해서 마련된 이러한 대화와 성찰의 기회들이 무엇이 실제로 과정에서 일어나고, 왜 이것이 가치 있는지를 인식하도록 하는 것은 필수적인 과정이다. 그래서 한국에서도 사람들이 처음에는 이야기하지 않겠지만, 시간이 지나고 다른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들으면, 자신의 생각이 명확해지고, 그 순간에는 화가 나고 피곤했겠지만, 나중에 돌아보면서 그 가치를 인식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너무나 많은 사례와 상황들이 있기 때문에 의미 형성을 위한 대화의 구체적인 시점을 정하기는 어렵다. 언제가 가장 적합한 순간인지 연구자가 감지해야 한다. 진행 중과 후, 기업의 유형, 조직원, 조직문화 스타일 등을 고려해야 한다.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은 평가나 업무의 일환이 아닌 호기심에 기반한 질의여야 한다는 것인데, 조직원에게 무엇이 일어났고, 상황은 어떠한지에 대해 질문해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가 조직원과 신뢰를 쌓으려고 한다면, 진정으로 배려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하면 사람들은 정말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된다. 그러나 만약 연구자가 감시하고, 보고하고, 평가하려 한다면 이야기하지 않을 것이다. 조직원과 신뢰의 관계를 단 시간에 쌓는 것이 사람들이 자신을 표현하게 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 Q. 예술적 개입의 평가는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A. 그간의 연구에서 얻은 중요한 시사점이 “어떻게 예술적 개입을 평가할 수 있을까”의 문제에서 “우리가 무엇을 평가하고 있는가”의 질문으로의 전환이다. 예술가가 조직에 들어왔다가 떠나는 과정이 예술적 개입이다. 우리가 예술적 개입을 평가하기 위해 봐야 할 것은, 우선 예술적 개입이 시작되기 이전에 조직이 경영진에 의해 어떠한 환경, 공간, 관계가 준비 되었었는지와 이후 경영진에게 일어날 일들에 대해 어떻게 대처 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예술가와 소통하는 방식, 과정 중에 경영진이 일하는 방식, 무엇보다 예술적 개입으로 생겨난 것들에 대해서 경영진이 대처하는 방식이 우리가 더욱 비중있게 평가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구체적으로 예술적 개입의 효과와 목표를 제한하지 않는 것이 좋다. 정해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예술가와 조직원을 쥐어짜게 되고, 이는 오히려 참여자의 동기를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술적 개입의 효과를 경험한 경영진은 조직의 변화에 대해 “더 활기 있어졌다”, “뭔가가 좋게 바뀌었다” 등의 신체적 앎(Bodily knowing)으로 증언하는 경향이 있으며 경영상의 목표 달성과 회계적 수치로 답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만약 처음부터 경영진이 예술적 개입을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거나, 생산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예술적 개입은 실패할 확률이 높으며, 예술적 개입은 지속되지 못하고 단기적 이벤트에 그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예술적 개입의 전 과정을, 사전부터 사후까지 봐야 하며, 경영진이 여기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다. 예로서, 다수의 예술적 개입의 실행 경험이 있는 시각 예술가는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 기업이 얼마나 넓은 여지(blank)를 허용하는지 알고 싶어한다. 예술적 개입은 조직에 언제나 리스크를 수반하기에, 좁은 여지를 예술가에게 부여할 경우, 예술가와 조직원은 제한당하고 감시 받게 된다. 예술가는 함께 위험을 부담하는 조직과 작업하고 싶어하며, 그 때에 예술적 개입의 잠재력도 커지게 된다고 본다.
● Q. 예술적 개입의 확산을 위한 설득(Advocacy)전략이 있나?
A. 브뤼셀의 EU 정부에서는 적극적인 정책 추진을 위한 효과 규명에 대한 많은 압력이 있다. 그러나 나는 개인적으로 그 효과에 상당한 확신을 가지고 있다. 생산성과 숫자에 연연하는 조직은 절대로 예술적 개입을 시도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항상 더 높은 수치의 결과를 원할 것이고, 위험도 감수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예술가와의 작업은 구체적인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고 봐야 한다. 예술가와 일하는 것은 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것이므로, 절대로 무엇이 일어날 것인지 알 수 없는 데에 오히려 그 강점이 있다. 그래서 또한 리스크가 발생하기도 한다.
우리가 연구를 진행해오면서 얻은 많은 증거들은 사람들이 어떻게 무언가를 하고, 그 안에서 무엇이 가치 있었는가에 대한 이야기의 형태로 수집되고 있다. 몇몇 수치를 개발하려고 노력했지만 매우 어려운 작업이었다. 예술적 개입을 가치 있게 여기고, 다수의 예술적 개입을 실행한 경영자들은 이러한 종류의 작업은 수치로 정량화될 수 없으며, 그것을 느끼고, 사람들의 행동변화를 볼 수 있고, 그들이 서로 상호작용하고 일하는 방식에서 변화를 경험할 수 있다고 증언한다. 몇몇 경우에는 아예 측정하기 않기도 하는데, 왜냐하면 그들은 숫자로는 그 변화를 잡아낼 수 없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경영자가 예술적 개입의 효과를 숫자로 원할 경우에는 조직원과 예술가와 열린 방식으로 참여하지 못하고, 개입 과정을 진정으로 지원하지도 못할 것이다. 그래서 경영진에게 어떻게 달리 가치를 평가하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경영학 서적에는 없는 항목이지만 존재하는 가치를 볼 수 있는지를 예술적 개입의 경험으로 이해시켜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직면한 주된 문제이고, 그래서 우리가 더 많은 경영자를 만나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경영자는 뭐라고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긍정적인 가치를 믿기에 위험을 감수할 수가 있는 것이다. 경영자들은 보통 다른 경영자로부터 어떻게, 왜 예술적 개입을 시도하게 되었는지 이야기를 듣는 데서 관심을 갖게 되는데, 중요한 것이 바로 어떻게 경영자들에게 예술적 개입이 기업 내에서 효과가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느냐 하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앞으로 더 많은 비즈니스 스쿨에서 이를 시도하는 경향이 뚜렷할 것이다. 신세대 경영자나 최고경영자 과정에서 조직을 벗어난 안전한 공간에서 예술적 개입을 체험해서 이에 확신을 갖게 되는 경험을 하게 해야 한다. MBA나 최고경영자 과정에서 처음으로 경영진이 예술적 개입을 경험하게 하여, 어떤 것들을 느끼는지, 어떠한 감정의 단계를 느끼게 되는지(흥분, 두려움, 이해하지 못함(Not-Understanding), 혼란, 화가 남, 다시 흥미로워지는 학습의 과정을 경험한다면, 자신의 조직 내에서 예술적 개입을 도입하기 위해 다른 구성원들에게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쉬워질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작성한 보고서의 숫자보다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기대한다.
● Q. 설득의 예시를 들어달라
A. <독일 중소기업의 예술적 개입 사례>
1) 도입 배경 및 이유
– 독일의 가족 경영 종이포장기업에서 설립 이후 처음으로 파업을 맞게 되어 곤경에 처하게 됨.
– 최고 경영자는 고민 중에 국제 젊은 경영인 컨퍼런스에 참여함. 그 곳에서 예술적 개입에 참여하여 긍정적인 변화를 체험함
– 파업이 전대미문의 상황이므로, 새로운 방식의 해결방법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였고, 예술적 개입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믿음
2) 진행 내용 및 결과
– 그래피티 예술가 그룹에 의뢰하여 기업의 60명의 고위 관리자들을 베를린에 데려와 예술적 개입에 참여시킴
– 베를린은 동-서독이 통일되면서 장벽이 무너진 상징적인 장소로서 관리자들의 사고방식을 전환하고자 선택되었음
– 첫날은 관리자들에게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주고 베를린 곳곳의 그래피티를 찍도록 함. 참여자들은 그래피티를 예술이라고도 여기지 않을 정도로 보수적인 예술관을 지니고 있었기에 굉장한 도전이었음. 그리고 그 기업에서 생산한 포장재로 벽의 형태를 만든 다음 그래피티 하듯이 마음껏 스프레이를 분사하여 기업의 분위기를 표현하라고 함
– 이튿날에는 베를린 장벽과 동일한 크기의 벽에 본격적으로 그래피티를 함. 현재 기업의 리더십 이슈에 대한 인식과 앞으로 바라는 조직문화의 상에 대해서 자유롭게 표현하도록 함. 그들은 매우 강력한 이미지를 만들어냈고, 굉장한 자부심을 느낌
– “전시되지 않는 예술은 진정한 예술이 아니다”라는 작가의 뜻에 따라 포츠담 플라자에 벽을 옮겨 전시함. 그리고 작품의 의미에 대해서 관리자들이 설명하는 과정에서 이후 조직문화의 변화를 위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에 준비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함
– 조직 문화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고, 더 전면적인 효과를 위해 이 예술적 체험을 전 직원에게 확대함
● Q. 예술적 개입의 연구방법론을 설명해달라
A.
1. 참여 액션 평가 연구(Participatory Action Evaluation Research)
당신이 누군가를 처음 만나 3분 안에 나에게 신뢰를 갖지 못한다면, 2시간 이후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종종 우리는 사람에 대한 생각을 바꾸기도 하지만, 인간은 보통 사람을 대하면 아주 단 시간에 판단해버리기 일수이다. 만약 경영진이 연구진을 스파이로 포지셔닝한다면, 아무것도 이야기하지 않거나 중요하거나 흥미로운 것들은 이야기하지 않을 것이다.
참여 액션 평가 연구(Participatory Action Evaluation Research)는 연구자 외에도 예술가, 조직원, 매개자, 경영진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연구에 참여하며 질의를 통한 실행, 동시에 진행되는 성찰과 평가의 과정을 통해 학습하는 연구 방식으로 일반화된 결과를 얻기 위해서 많은 사례에서 데이터를 수집하여 분석하는 일반화된 결론을 도출하는 정책 효과 규명 기반의 Advocacy evaluation을 보완할 수 있다. 참여자가 상황에 대한 이해와 그들 자신의 다양한 맥락에서의 실천을 증진하기 위해서 통찰을 활용하며, 결국 바로 실행에 적용할만한 결론을 개발하고 그것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데 최적화되어 있다. 다만 우려되는 점은 시간 요소(time factor)이다. 조직은 보통 즉각적인 효과를 원하기 때문에, 가치를 평가하는데 많은 시간을 요한다면 예술적 개입의 확산에 걸림돌이 될 것이다.
다른 우려는, 예술적 개입을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다시 이성이 우리를 지배하게 된다는 점인데, 경험을 하는 것과 성찰하고 이야기 하는 것 간의 균형이 필요하다. 조직원과 경영진 모두 그저 경험을 하는 기간이 필요한데, 만약 그림을 그리면서 그림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것, 노래하면서 이야기하는 것은 모순이다. 따라서 예술가들이 가장 적절한 성찰의 시점이 언제가 될 것인지를 관찰을 통해 알아내야 한다.
2. Artful Research(예술적 연구)
예술적 개입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기술하기 위해 다양한 관점이 표현되는 다중 육성 접근(Multi vocal approach)을 추구하고 있다. 실제 일어나는 그대로, 단선적인 것이 아니라 다양한 것들을 표현하기 위한 방법이라 할 수 있겠다.
또 다른 연구에 관한 도전은 비인식적인 것이다. 이것은 어떻게 사람들이 신체적으로 느끼고 표현하는 지를 포착하는 것과 연관된 질문이다. 그런데 만약 이런 정보들을 수집해서 일렬로 늘어 놓는다면 그 가치를 잃어버릴 것이다. 현재 이러한 통찰과 감정들을 발견하고 연결하는 연구 방식이 시도되고 있다. 쉽진 않지만 연구의 여정에서 표현하는 방식을 찾아가고 있다. 오늘날 유명 학술 저널에서 통용되는 규칙을 깨는 일은 어렵지만 중요하다. 그러나 이전의 방식에 고착하는 사이에 우리는 중요한 것들을 잊고 지나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는 이미 정립된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과 새로운 방식을 발견하는 것 사이의 균형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실제로 이 작업들은 정말 즐겁고, 해방감을 느끼게 해 주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발표와 저술을 혼합하는 방식이 도움이 되었다. 그래서 2013년 발표한 ‘Seeking values: Artistic interventions in organizations as potential cultural sources of values-added’ 연구에서 사용한 안개 낀 다리를 건너는 방식의 저술 아이디어는 샌프란시스코의 컨퍼런스에서 발표한 이후에 갑자기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글을 쓰게 된 것이다. 이를 통해 각 사례를 다른 여정으로 구성하는 것이 좋은 방식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보통 글을 쓸 때의 독자는 매우 추상적이지만 말할 때의 청자에게는 내가 가서 접촉할 수 있는 구체적 대상이다. 그래서 발표를 하고, 그것에 대해 곰곰히 생각한 것을, 청자들이 있다고 상상하며 글을 쓰는 것이다. 이것은 정보를 어떻게 수집하고 통찰할 것이며, 개발하고, 글을 쓸 것인가에 대한 방식에 변화를 가져왔고, 이에 매우 흡족해하고 있다.
●Q. 연구 진행 상의 어려움과 극복의 과정을 이야기 해달라
A. 다른 조직 관련 연구보다 특별히 어려운 과정은 아니었다. Creative Clash와 TILLT의 경우에는 그들 스스로가 평가 과정에 대한 연구를 필요로 했기 때문에 연구자에게 전적인 신뢰를 주었고, Eurogroup Consulting의 경우에는 시니어 컨설턴트와 이야기를 하면서 연구자가 그의 경영에 그림자와 같은 존재가 될 수 있음을 깨닫게 했다. 그는 내 질문에 대답하면서 학습할 수 있었다. 이는 그에게 그저 회사 안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나의 질문이 더 많은 사고의 기회를 준 셈이다. 그래서 그는 프로젝트의 결과보다도 심지어 대화 과정의 가치를 더 궁금해했다. 더군다나 지금은 사회적으로 더 많은 호기심이 존재하기 때문에 더 연구하기 쉬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스페인 사례를 연구할 때는, 일정과 예산 상 자주 방문할 수가 없었고, 언어의 장벽도 있었다. 그래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인터넷 베이스 질문지를 개발했는데, 그것은 단지 효과의 증거를 확인하기 위한 방식이 아니었고 스페인의 매개 파트너와 함께 조정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다. 참여자들은 온라인 상에서 질문에 답했고, 그 즉시 답변은 디지털화되어 있어서 내가 다시 녹취하지 않아도 되었다. 문제는 인터뷰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전체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가 없었고, 대부분의 질문들이 열린 질문 형식이라서 일부만을 얻을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매개 파트너와 함께 이 것들을 통합하고, 또 예술가와 조직원, 경영진이 남긴 다수의 글들을 활용하여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고자 했다. 결과물은 하나의 이야기라기보다는 많은 사람들의 생각의 패턴을 알아낸 것이다. 그러나 이것 또한 흥미로운 정보였고 그 후 연구 방식에 있어서 더 넓은 범위에서 모든 이해관계자로부터 정보를 수집하는 방식으로 변화를 겪었다.
● Q. 예술적 개입의 실행에서 일어나는 현상과 그 이후의 고려해야 할 이슈들은?
A. 나는 예술가들이 변화를 직접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로 하여금 서로 상호작용하게 하고, 공간과 상호작용하게 하고, 때때로 그들 자신에 대해서 발견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가 조직원들에게 안전한 느낌을 갖게 해서, 이것을 어떻게 가능하게 할 것인가, 그들이 원래 가지고 있던 틀을 벗어나도록 도울 수 있을까를 연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예술적 개입에서 종종 무비판적인 흥분 상태에 빠지게 된다. 이것은 또 다른 종류의 위험이며, 나는 이것에 대해서 매우 민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술이 항상 좋고, 쉽고, 친절한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예술가들은 갈등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문제를 드러내어, 모든 이가 이를 인식하게 하여 예술적 개입의 종료 이후에도 숨길 수 없게 만든다. 갈등에는 이유가 있고, 그것이 숨겨진 데에도 그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미 존재했던 혼란, 갈등이 드러나면, 사람들이 이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신경 쓰고, 열어 젖히고,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며, 이것은 매우 건강한 과정이다. 왜냐하면 숨겨진 갈등은 사람들의 에너지를 저해하고, 원활히 일할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예술가들은 의도하는 바는 아니지만, 이런 문제들을 드러내는 데 도움을 준다. 만약 어떤 배우가 조직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매니저를 연기한다면, 조직원들은 단번에 누군지 알 아 챌 것이나, 매니저 당사자는 매우 당황스러울 것이다. 이 때에 매니저 혼자가 아니라, 이 문제를 모두 함께 해결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 중요한데, 여기서 문제를 드러내는 것과 더불어 이의 해결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에 대한 것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때때로 기업들은 이를 위해 컨설턴트를 고용하기도 한다. 예술가들은 문제 해결의 전문가는 아니기 때문에, 조직의 맥락에서 이를 다루는 것은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를 위한 조직 내부나 외부의 전문 컨설턴트를 필요로 하고 이들을 훈련시켜야 할 것이다.
● Q. 예술가의 필요 역량과 이후 고려해야 할 이슈들은?
A. 스웨덴의 TILLT는 예술가들에게 3일부터 9개월까지 다양한 기간의 훈련을 제공한다. 나는 양 쪽을 모두 관찰했다. 예술가의 강점은 모름(Not-knowing)에 있는데, 예술가들이 많은 훈련을 거쳐, 경영의 언어를 이해하고 사용한다면, 우리가 예술가를 원하는 이유는 사라진다. 예술가들의 강점은 대화를 열고, 상자를 열고, 평범한 것들을 논의거리를 만드는 것이다. TILLT는 현재 이러한 예술가의 신선함을 매우 잘 개발하고 유지하고 있다고 본다. 예술가들은 본능적으로 예술적 직관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 확신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은 조직을 이해하는 데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다. 조직의 내, 외부에서 모름을 활용하는 것에 반하여 조직을 지나치게 잘 아는 것은 예술가의 감각, 능력을 둔하게 하고, 누구도 감히 하지 못할 예술가반의 기발한 질문을 할 수 없게 한다. 그래서 내 감각으로는 예술가들을 지원해야 하나, 지나친 훈련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예술가들은 혼란을 느끼고, 화나고, 반응할 때, 뭔가를 발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예술가들이 너무 많이 아는 것, 그것은 내가 우려하는 부분이다.
또한 잠재적인 문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기도 하다. 배우들은 무대 위에서 캐릭터가 되었다가, 무대를 떠나고 자신을 찾는 것을 훈련한다. 이것은 조직에도 마찬가지이다. 사람들을 참여하게 하고 또 빠져 나오게 하는 것이 쉽지 않다. 개인적인 시간에는 극장에 가거나 미술관에 가는 등의 예술경험을 할 수 있지만, 이는 모두 업무 공간 외적인 것이다. 무대와 같은 일상 업무 환경에서 예술적 개입을 경험한 이후가 문제이다. 왜냐하면 무대에서는 몸과 마음을 전적으로 쏟아 붓기에 보호받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술가가 떠난 이후에, 경험 많은 매개자들이 도와줄 수 있어야 하고, 참여자들이 경계(Boundary)를 인식하도록 해야 한다.